필립 글래스가 데이빗 보위와 브라이언 에노의 곡의 주제를 사용하여 만든 "Low" Symphony의 음반 속지에 있는 글래스 자신의 말입니다. 제가 어레인지를 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딱 맞아서 가져와 봤어요.
신주님의 음악은 여러모로 좋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특히 훌륭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멜로디입니다. 동양풍의 정서가 깃든, 약간 멜랑꼴리한 정서가 깃든 그 멜로디 말이지요. 그 멜로디들을 이용해서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 자신의 작곡 취향에 맞추어서.
그 취향이라 함은,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편성에 고전적인 구성... 뭐 그런 거지요. 음악의 핵심은 음향이나 음색보다도 화성과 구성이라고 생각하는 영원한 고전주의자인(;;) 제 이상에 맞는 곡을, ZUN씨의 우아하고 발전가능성이 많은 멜로디를 이용해서 만들려 했던 거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이 <東方古典響 ~ Touhou Classical>입니다.
## 앨범 구성 ##
총 8곡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홍마향 어레인지 4곡 모음인 Scarlet Moonlight와 영야초 어레인지 4곡 모음인 Eternal Twilight. 각각은 나름 통일적인 구성에 얼추 들어맞도록 하려 했어요. 첫 곡은 도입역할이고, 마지막 곡은 피날레스럽게 배치를 했지요. 그러나 각 곡의 편성과 조성이 워낙 달라서 별로 통일성은 느껴지지 않는 듯 합니다 - -;
이 중 2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던 곡이 세 곡입니다. 레밀리아, 플랑, 케이네죠. (원곡도 어레인지곡도 제목이 기니 편의상 그냥 캐릭터 이름으로 부를게요 -ㅅ-)/) 그리고 그때 아이디어 구상이 되어 있던 곡이 중국, 모코, 카구야였습니다. 원래는 요요몽에서도 몇 곡 만들어서 홍요영 어레인지 CD를 만들까 했으나... 요요몽 아이디어는 잘 안 떠오르기도 하고~ 요요몽에는 하고 싶은 곡도 많기도 하고~ 해서 요요몽은 따로 떼기로 하고, 홍영에 각각 도입 역할을 할 곡을 한 곡씩 추가하기로 하였지요.
그래서 낙찰된 곡이 루미아와 리글. 이 둘은 원곡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레인지 구상을 해보니 주제의 발전 가능성이 꽤 좋고, 도입 정도로 적당하기도 해서 선택되었지요. ...그렇게 어레인지를 하고 나니 원곡에도 애착이 생기더군요 ^^; 이렇게 홍영 각각 4곡의 구성이 갖추어지게 되었답니다.
## Scarlet Moonlight ##
- Anima Rossa 5:26
원래는 Scarlet Moonlight 전체의 전주곡 정도가 될 만한 가벼운 곡으로 쓰려고 했지요.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래서 꽈리처럼 붉은 혼만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아무리 해도 완결된 곡의 느낌이 나지 않고, 허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요마야행을 가운데 부분으로 넣어 버렸고, 전주곡이라고 하기엔 좀 긴 곡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과는... 개인적으로 Ashes to Eternity와 함께 이 음반에서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되는 곡이 나왔어요. 현악4중주도 잘 활용된 것 같고, 꽈리처럼 붉은 혼의 리듬감이나 요마야행을 느릿하게 바꾼 주제의 서정성이 꽤 맘에 듭니다.
- Valse : Vienna Alice 7:40
이 곡의 아이디어는 쉽게 떠올랐습니다. 메이지 17년의 상하이 앨리스의 첫 주제를 들을 때마다, "이 주제, 느릿한 왈츠풍으로 딱이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에 맞추어 다른 주제와 상하이 홍차관의 주제들도 모두 왈츠 리듬으로 바꾸어 버렸지요 :) 그리고 푸가가 추가된 자유로운 형식의 왈츠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형적인 비엔나 왈츠랑은 좀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왈츠하면 비엔나 아니겠나 싶어서 제목은 비엔나 앨리스.
여기서 특히 공들인 건 4분 경에 시작하는 푸가입니다. 푸가의 가나다...도 아니고 ㄱㄴㄷ...도 아니고 ㄱ자 겨우 아는 정도에서 야매로 쓴 푸가이긴 합니다만... 즐겁게 썼답니다 ^^; 대위법 공부 하고 싶어요. 반면에 아쉬운 점은, 상하이 홍차관의 첫 주제가 별로 안 나왔다는 것. 아주 좋아하는 주제인데, 더 넣고 싶었지만 곡을 장황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넣을 방법이 영 떠오르지를 않더라고요. 상하이 홍차관은 언제 또 다른 어레인지를 만들고 싶어요.
- A Gobletful of Destiny 4:41
이 곡의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원제가 7중주(셉텟)이니, 진짜 7중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목관5중주에 첼로와 바이올린을 더한 7중주 편성을 했지요. 음악은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서 속도와 강도가 점증되어가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곡은 만삐의 첫 어레인지입니다. 무려 2006년 2월이군요 -ㅁ- 주제를 그리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배열와 장식만 열심히 한 데에서 초기 어레인지라는 티가 나네요. 하지만 열심히 머리굴린 티도 납니다 ㅋ
- Forbidden Trick 6:48
이것도 옛날 곡입니다. 2006년 8월이네요. 오웬은 처음 홍마향 엑스트라 리플을 봤을 때(<-이지 플레이어에게는 플랑을 만나는 것조차 힘든 법;) 탄막과 함께 충격을 가져다 줬던 곡이고, 지금도 동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에 손꼽힙니다. 동방 인기투표 순위를 보면, 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더군요 :)
오웬을 마법소녀들의 100년제도 아니고 브왈 마법 도서관과 엮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렇게 하면 연결이 자연스럽겠어!"라는 순간의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ㅅ-a 그럴싸하게 말하자면, 음악의 요구때문이랄까요. 뭐, 어차피 도서관이니 괜찮지 않을까 *-_-*라고 정당화하고 있어요.
굉장히 오랫동안 공들여 써서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인데, 또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기도 합니다. 원곡의 소재가 워낙 좋고, 제가 떠올린 아이디어들도 괜찮은 것 같은데, 충분히 자유롭게 활용을 못해서 유연성이 부족하고 6:48가 좀 길다싶은 곡이 되어서요. 언젠가는 다시 어레인지하고 싶은 곡입니다.
## Eternal Twilight ##
- Prelude : Solitary Firework 3:10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영야초의 도입 역할을 시키고자 마지막에 추가한 곡입니다. 좀 쓸쓸한 분위기를 내고자 했고, 환시의 밤의 음형을 활용하고, 준준추월로 절정을 만들려 했습니다. 후반의 클라이맥스에서 음향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
- Aromatic Nostalgia 4:18
셉텟과 오웬 사이에 쓰인 곡입니다. 제가 그리운 동방의 피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특히 한 가지 소재를 세 가지로 활용하는(서두에서는 빠르고 리듬감있게, 3면 제목이 나올 때 쯤부터는 호흡이 긴 멜로디로, 케이네가 등장할 때는 높고 장조의 느낌으로) 방식이 말이지요. 처음부터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케이네가 등장할 때의 부분으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운 동방의 피만으로는 음악이 너무 차분하기만 하고 변화가 부족해서, 플레인 에이지어를 도입했지요. 멜로딕한 주제는 도입과 맺음으로 사용하고, 즉흥적인 느낌의 주제는 이 곡 전체의 클라이맥스를 좀 더 지연시키기 위해서 중간에 넣어 줬습니다. 그래도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차분한 곡이 되었네요.
사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그리운 동방의 피의 멜로디에 플레인 에이지어가 겹쳐지는데, 잘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ㅅ-a
- Passacaglia : Ashes to Eternity 7:20
파사칼리아를 써 봤습니다. 베이스가 동일한 음형을 반복하는 동안, 윗 성부에서 음악에 변화를 주고 음악을 고조시키는 형식이지요. 네, 이런 형식 아주 좋아합니다 >_< 불사의 연기의 멜로디를 느린 3박자로 변주해서 베이스라인으로 활용했어요. 윗성부는 그와 별 상관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베이스가 잘 안 들리는 스피커/이어폰으로 들으면 "이게 뭔 어레인지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ㅅ-a
중반에 음악이 장조로 바뀝니다. 불사의 연기 멜로디는 장조로 바꿔도 아주 듣기 좋더라고요.
......6:06에서 6:18까지 12초 정도 나오는 익스텐드 애쉬는....... 아니아니, 면피 하려고 넣은 건 아니고요. 딱 그 타이밍에 잠시 새로운 소재가 필요해서 넣게 된 거에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랍니다 :)
- Lux Aeterna 8:05
뭐... 이 곡은... 좋아요. 결과적으로 맘에 드는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orz
기본적인 아이디어(피아노 협주곡 형식을 빌리고, 천년환상향의 도입부+죽취비상을 메인으로 하고, 천년환상향이나 죽취비상의 다른 소재 추가)는 이미 2006년에 떠올렸던 것인데, 어레인지가 너무 안 풀리더라고요. 메인 소재 외에는 뭘 더해도 불만족스럽고, 거기다 실수로 만들던 미디파일도 한 번 지워주시고... 덕분에 곡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서 처음부터 다시 쓰고... 마지막까지 활용하려고 생각했던 변주는 마지막 순간에 버려버리고... 믹싱해야 할 시기에 악보 찍고 있게 만든 장본인입지요. 그래도 사용할 소재가 잡힌 후에는 그럭저럭 잘 풀렸습니다. 피아노를 쓴 건 처음이었는데, 꽤 재미있었고요.
피아노 협주곡의 형식을 좀 빌려왔습니다. 먼저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제시하고, 피아노가 도입되어서 주제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변주해가는 식으로요. 뭐, 후반부는 그런 거 없이 그냥 자유로운 전개지만요.
좀 찔리는 건 천년환상향의 가장 유명한 주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네요.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멜로디라는 점과, 이 곡에 어울리게 활용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묻혀졌답니다 - -a




덧글
2009/02/19 16:0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딤삐 2009/02/19 16:19 #
감사합니다 ^^ 좋게 들어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2009/02/19 23:1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딤삐 2009/02/20 08:34 #
그래서 게시글에 경고가 있었던 거지요(...) 좋으시다니 다행입니다 ^^
2009/02/20 00:2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딤삐 2009/02/20 08:35 #
야심한 시각에 헤드폰으로 음악! 그거 좋죠 >_<
2009/02/20 17:4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딤삐 2009/02/21 00:16 #
아이고, 그렇게 많이 들어주시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 앨범도 좋은 어레인지로 채우겠습니다~
2009/02/21 03:04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딤삐 2009/02/21 13:45 #
그러고보니 감상댓글이 전부 비공개네요;좋은 말은 공개로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ㅋㅋ
좋게 들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다음 앨범도 열심히 준비할게요 ^^